짝퉁 라이프,사랑마저도 짝퉁과 즐기는 여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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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마저도 '짝퉁'과 즐기는 세 여자 이야기 , 짝퉁라이프 책 이야기
나는 사랑마저 짝퉁과 즐긴다
고예나의 첫 장편은 명품 핸드백이나 멋진 남친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여성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마이 짝퉁 라이프 고예나 장편소설|민음사|252쪽|
"진짜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가짜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 이야기를 썼습니다."
계간 《세계의문학》이 주관하는 '2008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이 장편은 진품보다 가짜와 익숙해져서 살아가는 20대 여성 세 사람이 전하는 독특한 짝퉁 예찬론이다. B는 진짜 애인을 만들기보다는 하룻밤 쓰고 버릴 일회용 애인들과 모텔에 드나들고, R은 명품을 살 돈이 없어 모조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다닌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전화는커녕 문자 하나 날리지 않는 남자의 무심함에 질려서 헤어져버린 뒤, 통신사의 가짜 애인 서비스에 가입해 상처입은 자존심을 달랜다.
세 여자는 짝퉁밖에 쓸 수 없는 삶의 비루함을 토로해 동정심을 유발하지도 않고, 그 대척점에서 일과 사랑을 동시에 거머쥔 '알파 걸'의 화려함을 동경하지도 않는다. 편의점 알바인 '나'는 매일같이 라면 국물 쓰레기통을 비우고 편의점 바닥을 물로 닦으며 산다. 끼니도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되는 삼각김밥과 음료수로 해결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삶을 현실로 주저 없이 받아들인다. "나는 잘하는 것도 없지만 하고 싶은 것도 없다. (…) 이렇게 평범할 수 있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일까. 아무튼 나는 욕망이 없다."(15쪽)
작가 고예나(24)는 "세상에는 명품을 휘감고 사는 사람보다 짝퉁을 사서 대리만족 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훨씬 많다"며 "요즘 칙릿들에 그려진 성공하는 여성의 삶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설 속 세 여자는 시뮬레이션이 진실을 압도하거나 대체해버리는 포스트모던적 존재 방식에 대항하기보다는, 가짜를 적극적으로 긍정함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 만든 진실이 미워지면 너만의 가짜를 만들어라. 네가 원하는 그 상상이 진짜'(244쪽)라고 선언한다.
'ㅠ ㅠ' '∧∧' '♥' 같은 통신용 이모티콘들이 세 여자의 경쾌한 대화와 어우러지고, 헤어진 '남친'이 화해하자며 휴대폰으로 전송한 성기 사진을 보며 환호성을 지르는 엽기녀가 등장한다. 남친을 바꿀 때는 휴대폰 번호와 요금제도 함께 바꾼다. 소설 속 여자들의 행태는 이처럼 삶의 상처와 고민들을 가볍고 쿨하게 다루는 요즘 20대들의 생활방식을 엿보게 한다.
"우리에겐 진짜와 짝퉁, 둘 다 필요해요. 진짜가 도망갔을 때, 나를 위로해줄 건 짝퉁밖에 없잖아요?"라고 작가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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